무한한 마음과 입 맞추고 살아가듯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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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한한 마음과 입 맞추고 살아가듯_Mixed Media on Canvas_31x41(cm)_2023
(inspired by Shin Seokjeajeong's poem "역사")
역사
신석정
1.
저 하잘것없는 한 송이의 달래꽃을 두고 보드래도, 다사롭게 타오르는
햇볕이라거나 보드라운 바람이라거나 거기 모여드는 벌나비라거나
그보다도 이 하늘과 땅 사이를 어렴풋이 이끌고 가는 크나큰 그 어느
알 수 없는 마음이 있어 저리도 조촐하게 한 송이의 달래꽃은 피어나는
것이요 길이 멸하지 않을 것이다.
2.
바윗돌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저 애잔한 달래
꽃의 긴긴 역사라거나 그 막아낼 수 없는 위대한 힘이라거나 이것들이
빚어내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내가 찬양하는 것도 오래오래 우리 마음
에 걸친 거추장스러운 푸른 수의囚衣를 자작나무 허울 벗듯 훌훌
벗고 싶은 달래꽃같이 위대한 역사와 힘을 가졌기에 이렇게 살아가는
것이요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.
3.
한 송이의 달래꽃을 두고 보드래도 햇볕과 바람과 벌 나비와 그리고
또 무한한 마음과 입 맞추고 살아가듯 너의 뜨거운 심장과 아름다운
모든 것이 샘처럼 왼통 괴여 있는 그 눈망울과 그리고 항상 내가
꼬옥 쥘 수 있는 그 뜨거운 핏줄이 나뭇가지처럼 타고 오는 뱅어같이
예쁘디예쁜 손과 네 고운 청춘이 나와 더불어 가야 할 저 환히 트인
길이 있어 늘 이렇게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요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.